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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점 돌파를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김민준 기자|
코스피 5000점 돌파를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1996년 860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가 현재 3,200포인트까지 상승하며 약 370%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경제 규모와 기업 이익 증가율에 비해 낮은 수치로 평가됩니다.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영업이익 대비 저평가되는 현상은 지배구조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기업의 수익 창출 방식 못지않게 이익 분배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됩니다.

최근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일각에서는 상장사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가 하면, 미국식 과도한 주주환원 정책의 도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면 이번 개정이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존재합니다.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은 자본 운용 방식에 있습니다. 주주가 투자한 자기자본과 외부에서 조달한 부채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채권자는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받지만, 주주는 배당금, 자사주 매입, 기업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은 투명한 공시를 통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합니다. 이는 주주가 기업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복잡한 이익 분배 시스템이 작동하는 기본 전제 조건입니다.

지배구조의 중요성은 중국과 미국의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주식에 투자했던 중학개미들은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정체되는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 증가가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엔비디아와 애플 등 대부분의 주요 기업이 뱅가드그룹, 블랙록 같은 기관투자자에 의해 지배됩니다. 이들은 개별 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경영진이 주가 상승을 위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도록 유도합니다. 애플은 2017년 이후 자기자본을 57% 감소시키며 157.4%라는 놀라운 ROE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식 모델이 만능은 아닙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은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빚을 내 주주환원을 지속하는 등 재무적 안정성을 희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반면 중국 화웨이의 경우 주주가치 극대화보다 기업 성장에 집중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모델 역시 공급 과잉과 낮은 효율성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일본은 10년 전부터 PBR(주가순자산비율) 개선을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왔습니다. 이는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도 자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명시하며 한국형 지배구조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기업은 이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명한 경영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단순히 미국이나 중국의 모델을 답습하기보다는 한국 경제에 적합한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지배구조 개선이 반드시 고배당 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성장 가능성과 주주환원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18년간 대만이나 중국에 비해 낮은 배당성향을 보여왔지만, 이제는 주주와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
정리: 김상훈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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