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을 넘은 차량에 사과하려 했는데, 무인 택시라 놀랐다"

22일 오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흰색 테슬라 모델 Y가 무인 주행 중 한 승객 앞에서 비상등을 키고 멈추는 모습이 포착됐다. 승객이 차량에 탑승해 뒷좌석 스크린의 '주행 시작' 버튼을 누르자, 자동차는 스스로 핸들을 돌려 주행을 재개했다. 차량 내부에는 전후좌석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직원과 화상 통화도 가능하다. 목적지 도착 1~2분 전 모니터에 "짐을 잘 챙기세요"라는 안내 메시지가 표시된 후, 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식당 정문 앞에 완전히 정차했다.

이날 테슬라는 텍사스주 오스틴 일부 지역에서 선별된 승객을 대상으로 무인 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X에 공유된 영상에 따르면, 테슬라의 무인 차량은 외관상 일반 차량과 구분이 불가능하다. 다른 회사의 무인 택시들이 눈에 띄는 카메라와 센서를 장착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 승객은 "우버보다 편안했고, 주행이 부드러우며 안전 거리도 잘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본사 소재지인 오스틴에서 무인 택시 시범 운영을 개시했다. 현재 구글 계열사 웨이모와 중국의 바이두 등이 무인 택시 시장에서 활동 중이다. 테슬라는 이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인 택시 서비스에는 테슬라의 인기 모델 Y가 사용됐다. 시범 운영 기간 중 4.2달러의 요금으로 인플루언서 등 초청된 10여 명의 승객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안전을 위해 직원이 동승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0년간 무인 택시 개발에 매진해 왔으며 안전성에 각별히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승객들이 시승 경험에 만족했다. 한 인플루언서는 SNS에 "공사 중인 좁은 도로에서 차선을 침범한 차량을 피해 주었는데, 상대 운전자가 사과하려다 무인 차량임을 알고 엄지척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또 다른 승객은 테슬라 미보유 친구와 함께 탑승한 후 그 친구가 구매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승객이 올린 영상에는 내비게이션 오류로 인해 갈림길에서 갑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하는 장면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앞서 텍사스주 시민단체들은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의 위험성을 이유로 무인 택시 서비스 반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테슬라는 이 서비스를 다른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머스크 CEO는 "내년에는 FSD 차량이 수십만 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웨이모나 바이두와 달리 테슬라는 개인 소유의 자율주행차를 필요 시 택시로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차주는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테슬라는 별도의 전용 차량 생산 없이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자율주행 관련 규제 문제다.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텍사스주도 9월 1일부터 자율주행차 운행에 대한 주 정부 승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또한 웨이모와 아마존의 죽스 등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는 각급 정부의 규제와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선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