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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고 피 흘려도 계속되는 '소 싸움' 현장의 충격적 실태

이서연 기자|
상처 입고 피 흘려도 계속되는 '소 싸움' 현장의 충격적 실태
청도 소싸움경기장에서 벌어진 힘겨루기 대회에서 조교사들이 살코줄을 잡아당기자 소들이 저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에 따르면, 두 마리 소가 싸움을 거부하며 울타리 쪽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주인과 조교사들이 강제로 붙이려 했다. 결국 소들이 서로 부딪히며 머리와 뿔 주변, 귀 등에 부상을 입었으나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한쪽이 도망치며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 사이에서 현금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체들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청도를 포함한 전국 각지의 소싸움대회 131건을 관찰한 결과를 담은 '2025 국내 소싸움경기 실태조사 보고서'를 26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소 싸움은 동물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학대 행위"라며 "관련 조례 폐지와 예산 지원 중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이나 오락 목적의 동물 학대를 금지하지만 '민속경기'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싸움은 전국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청도에서는 매주 정기경기가 열리며, 참가 소들은 11개 지역 민속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들은 자연스럽게 싸우지 않아 조교사들이 살코줄을 강제로 당겨 싸움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131회 경기 중 54회는 소들이 싸움을 피하려 했다. 경기 중 출혈 사례는 77회 중 48회로 빈번하게 발생했으나 적절한 치료는 이뤄지지 않았다. 소들은 심한 스트레스로 경기 후 과도한 침 흘림과 거친 호흡을 보였다.

훈련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소들은 타이어 끌기 등의 비정상적 훈련을 받으며 채찍에 노출됐다. 운송 시에도 동물보호법 규정을 위반해 좁은 공간에 견딜 수 없게 묶이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장 계류장에서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24시간 이상 움직임이 제한된 채 스트레스성 행동을 보였다.

전국 등록 싸움소는 610마리이며, 농가 328곳 중 경남 173곳, 경북 114곳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체들은 창녕 등 4개 지역 대회에서 불법 도박 증거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특히 청도공영공사가 최근 도입한 '어린이 관람 프로그램'에 대해 "폭력을 정상화시키는 교육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연세대 교육연구소 전가일 박사는 "동물 간 강제 충돌 장면은 청소년에게 정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2018년 스페인 정부에 투우 관람 제한을 권고한 바 있다.

단체들은 "소싸움은 투견·투계와 본질적으로 같은 동물학대"라며 "민속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 권리를 침해하는 구조적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경민 기자 경향신문 주요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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