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연장 사형수, 수감 중 사망…'보성 어부 연쇄 살인' 주범

이영주 기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형수가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29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관광객 4명을 잇달아 살해하고 성범죄를 저질른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은 오모(87) 씨가 지난해 광주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오씨는 2007년 8월 전남 보성 인근 바다에서 대학생 남녀 2명을 자신의 어선에 태운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20일 후 또 다른 20대 여성 2명을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오씨는 승선한 여성들에게 성적 범죄를 저지르려다가 거부당하자 바다 한가운데서 탈출이 불가능한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해상에서 4구의 시신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오씨에게 사형을 요구했으며, 1심 법원은 이에 동의해 사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 과정에서는 1996년 이후 14년 만에 두 번째로 사형제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0년 2월 항소심에서 오씨 측 변호인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대체할 중간 형벌이 필요하다"며 사형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을 요청했다. 광주고법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헌법재판소는 사형제 합헌 여부를 검토했으나, 5대 4의 근소한 차이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같은 해 6월 오씨의 사형을 최종 확정하며, 그는 국내 최고령 사형수로 기록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률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 실제 처형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폐지 상태다. 2019년 세 번째 사형제 폐지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