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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지연에 830억 책임"…건설사의 '덫'이 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위기 리포트]

이서연 기자|
"하루 지연에 830억 책임"…건설사의 '덫'이 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위기 리포트]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 위기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불균형적인 사업 구조에서 기인한다. 금융기관, 시행사, 시공사는 PF를 통해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수익을 분배하지만, 사업 리스크는 시공사에게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시행사가 부도나도 시공사가 모든 책임을 지며, 금융기관의 투자 실패 또한 시공사가 떠안게 된다. 특히 책임준공제 시행 이후 공사비 급증과 미분양 문제까지 시공사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40위권 중견 건설사 간부는 "자금을 제공하는 시행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시공사가 모든 위험을 감당하는 현 구조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PF 대출 심사를 주관하는 금융기관도 대주단으로서 일정 부분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며, "분양계약서에는 시행사, 시공사, 신탁사만 계약 당사자로 명시되어 있지만, 금융기관은 최근 몇 년간 높은 이자 수익을 얻었으므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책임준공확약 PF대출 관련 업무처리 기준'을 발표해 시공사 부담 완화를 시도했으나, 공사비 상승이나 실질적 손실 보상 방안 등 핵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더욱이 새 규정은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되지 않아 PF에 연계된 중견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16위 안강건설은 물류센터 공사에서 하루 준공을 지연했다는 이유로 시행사 한승물류의 830억원 PF 채무를 떠안게 되었다. 법원은 안산시의 행정 지연이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으나, 시행사가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안강건설이 채무를 부담해야 했다. 이 회사는 결국 올해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같은 달 시공능력평가 182위 범양건영도 1098억원 규모의 책임준공 채무를 지게 되었다.

PF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정착되었으며, 토지 매입은 시행사가, 건축은 시공사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전에는 대형 건설사가 직접 토지를 구매하고 공사비를 조달했으나, PF 도입 후 시공사들은 토지 매입 부담에서 벗어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업의 실질적 책임이 시공사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시행사는 자본금과 책임 능력이 부족한 기획 전문 법인이며, 금융기관은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구조가 정착되었다. 이는 점차 '책임준공 확약'으로 발전했는데, 이는 시공사가 약정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보증으로, 불이행 시 PF 대출 원리금을 변제해야 한다. 분양 실패나 행정 지연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지연도 시공사 책임으로 귀결된다.

한국건설협회 신사업실장 이무송은 "책임준공 확약은 표면상 공사 책임만 담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업 실패 리스크 전부를 시공사가 지는 것"이라며 "시행사는 성공 시 20~30% 수익을 얻지만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탁사들의 PF 시장 진출로 시공사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금융위기 이후 신탁사 보증을 근거로 한 대출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었고, 자금 관리뿐만 아니라 시공사 선정, 공사비 결정, 사업 구조 설계까지 관여하게 되었다. 특히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신탁사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가 어려운 구조가 정착되었다.

지방 분양 사업의 실패로 많은 건설사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분양 부진으로 시행사의 자금난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시공사들은 공사비를 받지 못해 공사를 중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악성 미분양 주택은 지난 5월 기준 2만7013가구로 22개월 연속 증가하며 11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구시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2020년부터 공급 과잉을 우려해 용적률 규제를 추진했으나 건설사와 지자체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2018~2027년 연평균 적정 수요 1만2500가구 예상과 달리, 2018년 2만5141가구, 2019년 2만8057가구가 분양되며 공급이 크게 과잉되었다.

전문가들은 PF가 단순 대출이 아닌 투자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자은행(IB)이 PF에 참여해 자본을 일부 분담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PF 시장은 상업은행(CB) 중심의 대출 위주로 운영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원리금을 회수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리스크가 시공사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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